코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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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2. 9. 27. 02:29
9월을 다 보내며 🍊 취미

 

 

9월의 나는 바뀐 게 없다. 하다못해 바깥 날씨는 중순을 기점으로 그렇게 여름에서 가을로 돌아서던데, 나는 바뀐 게 없다.

그 안에 개발 면접도 보고 합격도 했지만 여기가 되었으면 다른 곳도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취업을 미뤘다. 취업을 미루고 주말 알바를 계속했다. 주중이 없었던 지난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처음으로 생긴 주중의 휴식에 익숙해져버렸다. 엄마의 펫으로 살까? 라는 생각도 점점

웬만해선 아침 6시 자동기상을 했었었고 지난 몇년간 늦잠을 못 자는 게 아쉬운 척 바른생활을 자랑했는데 이젠 오후 1시까지도 잔다.

 

그러다 며칠 전 교내 영재교육원 TA를 대타할 일이 있었다.

 

[in KakaoTalk]

👩🏻: 언니! 요즘 학생들 각자 학교 시험기간이라 자율공부 시키고 있으니 그냥 앉아만 있다가 가면 돼요!

🍊: 옹. 알겠쏘

 

응 아니였습니다. 다들 저번주까지 시험기간이었다며 열심히 코딩하더라구요.

그래서 주말 오전동안 나는 AndroidStudio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중학생 아이들의 코드를 봐주고 있었다. Java언어를 쓰고 있으니 학생들의 코드를 읽는 데에 어려울 건 없었지만 그래도 남의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오류를 능숙하게 잡아주는 건 어려웠다. 그래도 아이들의 프로젝트 구상을 구체화하고 출력시키는 데에 도와주고 얘기하며 꽤 즐거웠다. 의욕이 있어 보이는 친구에게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구글링이나 로그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랬고.

 

그러다 내가 대학교 2학년 때도 안 하던 개발을 하고 있는 중학생 아이들을 보니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거기다 시험이 끝난 직후에도 와서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예쁘다는 생각. 그리고 더 일찍 시작한 아이들의 기회와 가능성에 대한 질투가 함께하는 생각.

 

거진 반년만에 보는 학생들이었기에 오랜만에 본 김에 물어봤었다.

 

🍊: 얘들아, 어때? 작년보다 더 재밌어?

😲😊: 네! 자세히 하나하나는 모르지만.. ㅎㅎ 더 재밌어요!!

 

작년에는 CLI상의 별찍기만을 바라보며 "우왕,.. 근데 이게 뭐죠?" 하는 아이들이 생각났는데 올해는 점점 UI를 갖추어가는 본인들의 결과물이 맘에 드는 눈치었다. 정말로, 가르쳐주는 사람 앞에서의 예의 어린 대답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이 보다 흥미가 생긴 게 느껴졌다.

그에 비해 나는 그 반대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취업을 앞두고선 집에서 양모펠트 만지며 😎우왕 귀여워  하는 내가 이러면 안 된다는 게 확 와닿았다. 실은 그렇게 아이들과 얘기한 오전에는 별 생각 없었는데 밤에 집에 와서는 울었다. 

왜 울었는지에 더 의미를 찾고 싶진 않았다. 그냥 그 밤동안 재밌다던 아이들의 대답이 계속 생각났고 나는 몇십분을 울었다.

 

그리고 다음주 혹은 다다음주내로 알바를 관두기로 했다.

보기만하던 자기계발 책을 반납하고, 듣기만하던 오디오북 구독도 취소하..려다가 이건 수면제라서 계속 해야겠다.

주변을 청소하고 정리하고 나의 청사진을 메모지에 적어 모니터 상단에 붙여봤다. 그렇게 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