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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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겨울동안 교내근로로 교직원사무실에서 근무하고있다. 학교웹사이트를 개발하는 사무실 선생님들에게 문의전화가 오면 돌려드리거나, 정리정돈 혹은 소프트웨어 대여 등이 주 업무였다. 중간중간 비는 시간이 많았기에 교내관련 웹페이지를 개발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영어 혹은 알고리즘 공부를 하며 기특함과 응원(그리고 정적)을 받는 게 보통의 일상이었다.

선생님들에게 알고리즘 강의를 추천받고, 대학원을 추천받고, 영어이론을 주워듣고 그랬었다.

 

그러다 노트북을 보는것도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도 지겨워질 때쯤 하루에 반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을 취미로 했고 그것이 부장님의 관심을 샀다. 그렇게 부장님과 몇 마디 주고받으며 책 몇 권 추천을 받았고 그 중 한 권이 '대통령 보고서'였다. (다른 한 권은 원 페이지 프로포셜이었다)

부장님이 갖고계신 책을 내게 빌려주셨기에, 빌린 책을 오래 가지기보다 얼른 읽고자 읽던 책은 미뤄두고 바로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기술책과 같아 소설처럼 훅훅 읽어버리기엔 아까워 읽는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종종 생각해왔던 사실이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은 생각보다 더 글을 잘 못 읽는다. 근데 쓸 줄은 더 못한다. 보고서는? 작성 경험부터 부족하다. 맞춤법부터 파괴다.

더하자면 글을 잘 못 쓰는 나의 케이스는 다음과 같다. 나는 종종 보고서 관련 공모전을 참가하면서 주어진 형식을 칼같이 보고보고 또 보며 작성한다. 쓰라는 내용을 쓰고, 써야할 길이만큼 작성하고, 하라는 대로 순서를 편집하고, 내라고 했던 기한에 맞추어 내면 끝이다. 아, 물론 참고될 사진도 넣고 캡션도 넣고 출처도 넣고 등등등, 최종적으로 내가 지켜야했을 '형식'만 검토하여 제출이다. 여기까지하면 공모전 당선작이 목표가 아닌 제출이 목표인 문서가 만들어진다. 

그런 제출용 문서만 쓰고 고등학교 자소서 한줄 챙기듯 말았던 내게 이 도서는 도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2007년, 노무현전대통령 집권시절에 집필된 도서다. (10년 이상이 되었어도 내용상 문제가 있을까 싶다. 내용이 좋다.) 이 도서를 집필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보고업무를 주로 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연구했다. 청와대의 공무원 입장의 보고서의 작성 메뉴얼을 일반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편집하여 6챕터에 나누어 말해준다. 각 탭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우리나라 보고서 작성 현실/애로사항, 2장에서는 잘못 작성하기 쉬운 보고서 사례 4가지, 3장에서는 보고서 작성법, 4장에서는 보고서 작성 방법의 구체적 전개법, 5장에서는 보고서의 6가지 원칙, 6장에는 보고서 작성 팁.

 

1장에서 6장까지 갈수록 예시로 적혀있는 보고서의 변화가 뚜렷하다. 학생인 나의 눈에는 첫장의 보고서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원래 보고서는 자세하고 길어야하는 것인 줄 알았고 더불어 그것이 내용의 풍부함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당연히 아니다. 이 보고서를 볼 대통령과 같은 상사의 입장에서는 논문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시간에 중요하고 필수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 요약본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새기자, 내가 쓰는 보고서는 논문이 아닌 '요약본'이다.

 

이 책은 핵심을 챙겨라, 간결화시켜라, 표현을 명확히 하라 등의 언질이 다가 아니다.

제목은 몇자 이내가 좋은지, 보고서의 검토 필요사항과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필요한 자료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등부터 시작하여 대통령비서실 보고서의 표준서식 가이드라인은 어떠한지(글자체, 간격, 폰트크기, 항목부호체계 등), 보고서의 종류와 그에 따른 작성요령, 보고서와 더불어 말씀카드까지…, 많고 상세한 정보가 책에 담겨있다. 맥 끝 챕터에서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얘기까지 있으니 마냥 딱딱한 책도 아니다.

 

이 책을 요약하려면 목차를 읊는 것이 빠르다. 이미 요약된 정보책이니까.

이 책은 대여가 아니라 소장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