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사진, 추억이 생겨서 갤러리에만 담기 아까웠다
남졍과 젠지와 미리 여수가서 찍어온 생일컨셉 사진, 사진만 서로 찍어주는데 하루 다 보냈다.
남졍이 1년 동안 묵혀둔 커플잠옷바지 사진도 있다
그리고 젠지의 풍선선택은 옳았다. 예뻤다. 파티분위기를 위해 준비해 준 레터링케이크(앞으로 더 빛날 우리를 응원해. 기억한다 젠쟈)는 맛도 좋더라.
그리고 이날 숯불바베큐 고기 담당은 나였다. 너무 잘 구워서 칭찬 7번은 받았다. 삼겹살로 경험치 올리는데 펜션옆집이웃님이 소고기 스테이크 주셔서 강제 레벨업했다. 지나가던 냥냥이까지 꼬셔버린 능력치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고먐미는 고염분 음식 안 돼.
그 다음 날도 즐거웠단 증거. 사실 이날 남졍이 장염 후유증이 남아있어 먹을 걸 더 조심히 해야했는데, 배고픔을 못 이겨 급히 정한 밥집이다. 저 밥집이 여행 마무리였는데 모두 만족 못하게 된 건 미안하고 아쉽고 그렇다.
그리고 생일 당일.
태풍을 맞은 후 바로 추석 연휴에다가 이날 잔여 백신 맞으러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생일 기분은 덜 날 줄 알았다.
그런데도 12시 넘어가는 그 밤엔 내 생일이 다가옴이 자꾸 의식되었다. 오전 오후 내내 태풍을 견디다 와선 피곤하고 몸에 기운이 없었음에도, 눈이 뻐근함에도 잠 자체는 들지를 못했다. 설레발치지 말자, 기대하지 말자며 핸드폰을 뒤집어놨었다. 핸드폰이 그닥 울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잠 좀 들라고, 노는 건 저번 주에 다했지 않냐며 타이르며 겨우 잤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생일을 축하해주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 선배들, 가족들한테 기뻐하느라 바빴다. 종일 들떴다.
오랜만에 바꾼 프로필에 예뻐서 연락했다는 고딩회장,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차홍이, 휴학해서 서로 잊혀갈 뻔한 대학친구, 내 전공 생각해서 목 아플까봐 목안마기와 갖고싶다던 손목패드를 선물한 참새,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향의 바디크림을 선물한 조녜, 생일시기가 비슷해 텀블러 맞교환하게 된 북지, 좋은 머릿결 관리하라고 예쁜 빗을 선물해준 선배, 밤에 꼭 키게 될 캔들워머를 선물해준 선배, 내 몸 반보다 큰 인형을 막타로 선물한, 벌써 직장인 된 친구(겸아 보고 있냐), 귀여운 카카오 텀블러를 선물해준 학생회언니, 요리를 즐기던 날 생각해 접시를 선물한 친구, 화장실에서 보라고 책을 선물해준 친구, 좋아하는 거 먹으라고 빵순이를 위한 전용쿺을 준 구닌친구, 내게 케익하나 못 받았을까 봐 걱정하며 케익과 선물을 준비해준 우리 엄마. 그 외에 축하한다는 말과 요깃거리를 쥐여 준 모든 사람들한테 고맙고 종일 설렜다.
축하한단 말 한마디가 쉬우면서도 잊거나 지나치기 쉬운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에 고맙단 말을 진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 또 배송선물들은 다음 주 추석 끝나면 올 텐데 한 번 더 생일인 기분이 아닐까. 한데 모아놓고 찍어놔야지.
실은 무엇보다도 아버지한테 오늘 오전에 차 타다 봤는데, 길가는 네가 예뻤다고. 입은 옷이 예뻤고 걸음걸이마저도 예뻤다는 말을 들었을 때 대답하기 힘들었다. 전혀 그런 말 할 줄 모르시는 분이라 생각했다.
그 말을 하는 게 조금은 어색하셨는데 그게 더 진심같아서 기뻤다. 좋아서 울컥했다.
백신 맞은 건 별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가 지나곤 생일 후유증이 더 크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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