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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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란 건

1.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2. 주위를 환기하다
3.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넛지.

이 책을 읽으면 교묘한 마케팅 꼼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넛지라는 개념은 이 책의 제목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경영학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 책을 고른 건 심플하게 생긴 표지가 예뻐서, 끌려서였다. 가져온 사진은 코끼리 이모티콘과 제목이 크게 금색으로 크게 그려있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까만 배경에 제목조차 써놓지 않았다. 상단의 3x3cm정도 그려진 작은 코끼리 마크가 다였다.

자기계발서인지 경영학적 책인지 애매한 상태에서 목차만 대충 살피고 골라온 책이었다.

 

1부까지는 인간심리에 관한 책인가 싶었는데 2부부터는 금전적인, 또한 마케팅적인 요소가 깊게 나오기에 그때 이 책의 부류가 마케팅/경영임을 알았다. 그리고. 끈질기게도 이것은 공학윤리-프로그래밍의 원리와 닮고도 같았다.

 

#1부, 인간과 이콘

남의 선택에 개입하기에 앞서 사람이,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말하고 있다.

심리테스트와도 같은 1부는 술술 읽힌다.

 

인간은 자동시스템과 숙고시스템이 있는데, 어떤 선택지 혹은 사고 앞에서 인간은 자동시스템이 먼저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문제는 이 자동시스템이 항상 올바른 사고를 하는 건 아니란 거다.

 

단순한 크기비교 문제앞에서도 두 개가 실은 같은 모양과 사이즈일지언정, 사람은 위치와 배열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시각적인 요소만 해도 이러하며, 계산 혹은 통계적인 측면을 판단할 때도 자동시스템이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자살과 타살의 비율 중 더 큰 것이 무엇인지, 테러와 감기에 대한 위험성 인식이라든지, 이익과 손익에 대한 영향이라든지.

 

한가지 예시는 다음과 같다.

 

 이 사진은 2차 세계대전 때의 실제 로켓 투하 지도이다. 상단의 이미지를 보면 특정 지역에 미사일이 의도적으로 투하된 듯하지만, 하단의 이미지를 보면 분할된 영역에 고르게 분포되어있음을 시각적 정보로 읽어낼 수 있다. 실제로 특정 지역에 투하하는 건 불가능했다. 

 

 

 

 

 

 

 

 

 

 

책에 나온 인간의 자동시스템이 불완전함을 밝히는 문제들의 정답을 맞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그것은 답을 하기 전 숙고시스템을 통해 사고를 거쳤기 때문이다. 나의 직관은 섣부르며 그릇된 경우가 많았으나 숙고가 이를 누른 것이다.

직관적인 자동시스템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다시 말해 사람은 불완전하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평균보다는 나은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

 

그리고 1부의 부제로 함께 언급된 이콘이란 건 가상의 존재다. 자료 혹은 대안에 대하여 객관적, 합리적인 생각을 통해 완벽하게 모든 일을 수행하는 존재다. 마치 현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목표와 같다.

 

이러한 불완전한 사람은 선택을 할 때 자유로울까?

실은 이미 누군가의 개입을 통해 조작된 선택을 하고 있진 않았을까?

 

 

#1부의 앞, 서론: 넛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사실 책 넛지는 1부 이전의 인트로가 존재한다.

급식 담당 총책임자 캐롤린이라는 인물을 언급하며 시작하는데, 캐롤린은 아이들의 급식메뉴 배열을 의도적으로 바꿈으로써 학생들의 음식 선호도의 변화가 있는지 알아본다. 그리고 변화는 존재했다. 그것도 뚜렷이.

 

어느 것을 앞에 놓을지, 어느 것을 상단에 놓을지 등등의 위치 선정은 아이들의 자유배식에서 어떤 음식을 선택하게 하는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아이들의 음식 선호도에 대하여 캐롤린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생겼다.

 

  • 공급업체의 뇌물을 받아 업체에 유리한 배열을 한다
  • 아이들의 영양을 고려하여 최적의 경로를 만든다
  • 구내식당의 수익을 우선시하여 음식을 배열한다
  • 무작위의 배열을 택한다

어떤 옵션을 택하는 게 좋을까? 특정 옵션이 아이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영양을 고려한 선택지가 옳은가? 이렇게 계획된 경로가 아이들의 선택을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자유를 뺏게 된 걸까? 무작위 배열이 그럼 가장 중립적이며 합리적일까?

 

이 책을 읽고 보니, 넛지의 저자는 '아이들의 영양을 고려하여 최적의 경로를 만든다'를 권장할 것이다.

사람들을 더 이롭게 하는 선택지를 유지하는 것이 넛지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넛지의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다시 1부로, 선택을 올바르게 설계하는 방법

상대에게 올바른 선택 개입을 위해선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1. 디폴트값을 지정하기

상대에게 먼저 선택지 하나를 제시한 후, 그리고 바꿀 것인지 의견을 받아보자.

먼저 제시한 이 선택지를 디폴트라고 얘기한다. 디폴트를 지정한다는 건 가장 흔한 선택개입 방법이며 컴공 입장에서 default라는 키워드 자체가 너무, 너무, 너무 친숙하며 내 입버릇-말버릇이다

"넌 디폴트가 반바지잖어"
"전 원래 디폴트가 다이어트인걸요"
"오늘 디폴트는 서브웨이인데 딴 거 생각 있어?"

정말 내 입버릇임. 그리고 실제로 내가 의도적으로 쓰는 개입 방법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줄 것 같은 선택지 혹은 의견을 미리 말하고 바꿀 것인지 물어본다. 10중에 7 이상은 정해진 디폴트를 따라가게 되어있다. 책에서도 같은 얘기를 한다.

디폴트값의 가장 흔한 예시는 약관선택. 하나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더라도 해당 경로는 어디로 할 것인지, 추가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인지,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할 것인지 등의 체크란이 존재하며 대부분은 해당 기관의 필요에 의해 체크표시가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이 기본적인, 필요한 선택일 거라는 당신과 나의 자동시스템이 '다음' 버튼을 쉽게 누르곤 한다. 

그러니, 초기의 선택값을 올바르게 지정하는 것이 넛지의 올바른 방향성이다.

 

2. 상대의 실수와 오류를 예상하기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올바른 절차를 제시해도 실수가 일어난다. 책의 예시를 빌리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있다.

  • 카드 리더기에 삽입하는 방향은 정해져 있으나, 사용자가 거꾸로 넣는 경우가 있다.
  • 자동차의 헤더라이트를 주행 중이 아닐 때도 켜놓을 때가 있다
  • 메일에 첨부파일을 보내야 하는데, 첨부는 하지 않고 내용만 작성하고 전송할 수가 있다.

이러한 오류에 대하여 사전에 기술자들이 대비책을 기계에 설계할 수 있다.

리더기를 애초에 양면 인식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주행이 멈추면 헤더라이트를 자동으로 끄고, '첨부'라는 키워드가 제시된 메일에서 '파일이 첨부된 것이 맞나요?'라는 알림박스를 띄우는 등의 해결책을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쓰이는 방법이다. //  mail.isHas("첨부").. 역시 코딩이 중요해

 

3. 피드백 주기

상대의 행동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을 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다.

이것도 책의 예시를 빌리겠다

  • 디지털카메라에서 사진을 찍자마자 '찰칵'소리 내기, 찍힌 시점의 사진을 바로 표시하기
    - 촬영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었는지, 대상이 짤리거나 초점이 그릇되었는지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바를 때는 분홍색, 마르면 흰색이 되는 천정 페인트의 발명
    - 기존의 흰색으로만 표시되는 페인트는 마르고 나서야 덜 칠한 부분이 파악되는 문제가 존재한다.
  • 배터리 잔량이 20% 이하로 내려가면 경고창을 주기
    - 충전 등의 행동을 유도해 휴대기기의 절전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는 잦아질수록 불감증이 일어날 수 있다. // 코딩이잖아?

 

4. 매핑하기

이 부분은 내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세 번을 훑어본 것 같다.

한 가지의 예시만 가져와 보자.

휴대폰 사용자에게 가장 적절한 요금 옵션은 어떻게 제시해 줄 수 있을까?

어떠한 옵션이 사용자에게 가장 만족스러울 것이란 확실을 줄 수 있을까?

사용자의 전년도의 이용명세을 분석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매핑이다. 사용자의 패턴을 가져와 그와 유사하거나 관련 있는 선택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었을 거라는 확신과 만족을 주는 것이다.

// 패턴분석? 머신러닝? 인공지능? 코딩이잖아

 

 

#2부는 스킵

알 테니 스킵은 아니고.

2부는 경영책답게 돈과 관련된 이야기다. 넛지를 통해 어떻게 부유하게, 어떻게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인지 얘기한다. 그 올바른 선택을 정부가 어떻게 제시해오고 있는지도 얘기한다. 

저축 증대 프로그램, 연금 정책, 주식투자, 고점매수 저점매도, 이익과 손실 사이에서의 심리적 타격, 신용카드의 대금/이율 등 사회 초년생이 되는 내게 좋은 내용이 있으나, 내가 이것을 올바르게 서술할 것 같지 않다. 잘못된 이해 혹은 예시로 책과 나를 욕보일 것 같아 스킵이다.

 

 

#'3부: 더 좋은 사회와 세상을 위한 넛지'도 스킵

주제가 너무 많다. 이 챕터를 넘어가야 300p를 돌파한다.

그래도 부제만 읽으면 이렇다.

  • 사회보장의 민영화
  • 위압하는 미국 의료보험 프로그램
  • 장기기증 활성화
  • 지구를 구출하기 (환경 살리기)
  • 결혼의 민영화 (feat. 결혼 통제)

 

 

#4부, 넛지가 옳은가

4부 초반엔 3부보다는 무게가 덜한 넛지의 예시가 나오며 이후엔 넛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읊는다.

앞서 읽어 온 사항들이 마냥 올바르게 사용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니, 이 넛지에 대한 불쾌감 및 불안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를 포함하여 넛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의 밑바탕은 다음과 같다.

 

- 개입자들의 '넛지'의 의도가 '최선'이 아니거나 '악'일 수도 있다

- 넛지 없이, 자유로운 '틀릴 권리'가 있다

 

이건 내가 종종 나의 개발자로서의 공학윤리를 생각할 때 함께 하는 의견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서비스 및 콘텐츠를 개발하고, 거기에 대한 옵션을 선 제시하는 행위에 '나의 이익'을 가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사람들에게, 미리 체크해놓은 체크박스의 문구가 실은 그들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사항일 수 있지 않을까? 

 

사용자의 편리함을 위해 자동기능을 개발했다고 치자, 이것이 상용화되는 것이 정말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의 질을 내가 높이는 것이 맞을까? 그들이 틀림으로써 키워낼 수 있는, 실수를 통한 모종의 가르침의 기회를 내가 앗는 것이 아닐까?

 

대체 어디까지가 넛지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끝없는 딜레마가 된어간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래도 이 책에서 언급하는 하나에 대해서 부정할 수는 없다.

"어떠한 유형의 넛지는 불가피하다."

교육 및 광고 캠페인이 그렇다. 정부의 식습관, 흡연, 건강 등에 대한 개입이 대표적인 예다. 애초에 적정선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존재할 수는 없다. 그 경계가 80억 명 모두에게 객관적일 수가 없어서이다. 

 

 

#내 감상

모든 이는 개입자이며 개입을 당하는 쌍방의 존재다.  서론의 캐롤린도 한 나라의 정치 밑에 있는 국민이자 학생들의 식습관의 영향력을 가진 개입자다. 이 책을 통하여 '넛지'라는 개념을 인지하게 만든 리처드 탈러도, 결국 이렇게 리뷰를 써 내린 나도 같다. 

 

넛지의 방향은 '선'이라고 일컫으나 충분히 악용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넛지를 당하는 나는 이를 의심하고 조심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개입자로써의 무의식적으로도 행할 수 있는 본인의 영향력도 같이 염두해야한다.